오른눈 망막박리 수술을 한 뒤 3주 동안 뒤통수가 하늘로 가 있는 자세로 지냈다. 망막박리는 망막이 얇게 떨어진 것이므로, 수술 뒤 망막이 원래 자리에 잘 붙게 하기 위해서 최소한 3주 정도를 엎드려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머리를 숙이고 있어야만 한다. 수술보다 이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나는 허리도 무척 안 좋아서(척추골절로 쇠가 들어가 있고, 25년 된 허리디스크도 있다) 엎드려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자주 앉아 있었는데, 그때 계속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이 자세가 목과 어깨에 엄청난 부담을 주어서 결국 어깨 통증이 엄청 심해졌다. 더군다나 작년 1월부터 왼쪽 어깨가 계속 조금 아픈 상태였다. 머리를 계속 숙이고 있는 자세 때문에 왼쪽 어깨 통증이 심해져서, 안과 의사가 이제 엎드려 있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마자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엑스레이 촬영 후 정형외과 의사는 최근에 앓았던 병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뇌출혈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오십견이라고 진단하면서, 뇌출혈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완치까지 오래 걸리니 매일 오지 말고 이삼일에 한 번 꼴로 꼬박꼬박 와서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의사가 뇌출혈이 어깨 통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얘기했을 때는 뭐 그러려니 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어깨의 근원적 문제는 뇌출혈과 오십견과 그리고 이십여 년 전에 있었던 사고로 인한 왼팔 부상이 겹쳐서 생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니까 뇌의 우반구 뇌출혈이 몸의 좌측 운동 기능에도 조금이지만 영향을 미친 것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운동 및 감각장애를 통상 편마비라고 부른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왼팔을 앞으로 들어서 회전할 때 약 6,70도 정도만 올라가고 전혀 올라가지 않는다. 왼 어깨에 기능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샤워할 때 왼손을 오른 겨드랑이로 뻗어서 닦으려고 하면 손이 겨드랑이까지 뻗지도 않을뿐더러, 간신히 닿은 손가락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왼 어깨에 통증이 밀려오기도 했다. 이런 점은 뇌출혈 발병 전에는 한 번도 없었다. 그 전까지는 샤워할 때 자연스럽게 왼 팔로 오른쪽 겨드랑이를 닦았다. 이런 점에 비춰보았을 때 나는 뇌출혈이 운동기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오십견에 걸리면 어깨를 움직일 때 잘못 움직이면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예를 들면 자켓이나 셔츠를 입을 때 오른팔을 먼저 끼우면 절대로 셔츠를 입지 못했다. 오른팔을 먼저 끼우고 난 뒤 왼팔을 끼우려고 움츠리면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병원가면 얼마나 아팠는지를 알기 위해 1부터 10까지 중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는데, 7 정도는 된다. 10의 고통은 사람이 끓는 기름이 빠지는 것이다. 그 중 7이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것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와 가벼운 도수치료를 받았다. 며칠 받았더니 통증이 훨씬 줄어들었지만, 그렇게 한달 정도 치료를 받았는데, 통증 완화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나도 나아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옷 입을 때 통증은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집중해서 왼팔을 먼저 끼워야 했다. 그리고 잘못 움직였다가는 엄청난 통증이 찾아왔다. 예를 들어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일어섰는데, 버스가 급정거를 하려고 해서 버스 손잡이를 왼팔로 잡았는데,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엄청난 통증이 찾아왔었다.

그때쯤 <스스로 치유하는 뇌>에서 펠덴 크라이스 테라피를 알게 되었다. 이 테라피의 핵심 원리에 대해서는 이 글(https://cafe.naver.com/neurotherapy/23)을 읽어 보기 바란다.

검색을 해 봤더니 펠덴 크라이스 테라피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https://cafe.naver.com/feldenkrais)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어깨통증치료를 위해서는 서울까지 가야 했고, 1회 비용도 부담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펠덴 크라이스의 테라피 중 핵심인 천천히 움직이기를 해 보았다. 서서 다리를 벌리고 팔을 양 옆으로 천천히 들어올렸다. 어깨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양쪽 어깨에서 두두둑, 둑둑 뼈와 근육들이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리고 팔이 머리까지 들릴 때쯤 되니까, 왼어깨에서 고통이 밀려왔다. 내릴 때도 팔을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팔을 앞으로 쭉 뻗은 채 천천히 들어올렸다. 왼 팔이 하늘로 뻗을 때쯤 되니까 어깨에서 통증이 발생하였다. 그렇게 서너번 반복하고 났더니 어깨의 통증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너무 신기했다. 자켓을 입을 때 오른팔을 먼저 끼워도 약간의 어색함과 불편함만 있었지 통증없이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천천히 어깨 움직이기를 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며칠이 지나도록 더는 진척이 없었다. 그때 원래 펠덴 크라이스 테라피는 누워서 하는 테라피였던 것이 기억났다. 베개를 베지 않고 팔을 자연스럽게 벌리고 무릎은 세우고 어깨를 바닥에 밀착시켰다. 오 마이 갓. 통증이 왼 어깨에서 밀려왔다. 몇 분 정도 참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일어났다. 어깨를 바닥에 밀착시켜서 어깨를 이완시키자 통증이 밀려온 것이었다. 바닥에 대고 가만히 있기만해도 아파서 어깨운동을 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며칠 눕기만 했는데, 어깨 통증이 사라졌다. 통증이 사라지자 천천히 팔을 움직여 어깨회전운동을 시작했다. 통증은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펠덴 크라이스가 한 대로 팔을 편안히 벌리고, 몸을 완전히 이완시킨 뒤, 왼 손 중지를 아주 천천히 움직여 보았다. 왼손 중지를 천천히 구부렸다 폈다가를 몇 차례 반복했을까, 왼손 중지를 구부리고 있는데, 오른손 중지가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오른손 중지에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 오른손 중지가 움찔움찔 움직이려고 했다.

그때 느낀 건 왼팔과 오른팔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달 정도 지나서 이 때의 경험을 다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왼팔과 오른팔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왼팔과 오른팔은 하나다. 두 개로 나눠져 보이지만, 왼팔과 오른팔은 하나의 팔이 양 옆으로 뻗어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왼팔과 오른팔이 하나라면 왼어깨와 오른 어깨도 하나이고, 왼다리와 오른 다리도 하니이다. 나아가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도 하나라는 것이다. 좌뇌의 측두엽과 우뇌의 측두엽도 하나이고, 좌뇌 후두엽과 우뇌 후두엽도 하나라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이 생각을 계속 미루어 나가서 결국 내 몸은 하나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에서 질 박사가 왜 세포들아 나를 치료해줘라고 생각했는지 깨달았다. 내 몸의 세포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하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서로를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왼손 중지를 움직였을 때 오른손 중지가 움직인 것은 몸의 모듈성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 공부하면서 알았다. 다음은 박문호의 <뇌과학 공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모듈성은 척추 마디에 따라 연속된 형태로 몸의 형태가 구성된 것을 말한다. 몸의 체절은 경추, 흉추, 요추, 천추의 31개 척추뼈로 구분되어 동전을 포갠 것처럼 구성된다. 각각의 모듈에서는 피부와 신경, 근육 조직이 하나의 단위를 이루어 구분된다. - 뇌과학 공부, 17

 

모듈성을 아는 것은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 치료에 몹시 중요하다. 왜냐하면, 마비된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때 마비되지 않은 팔, 다리를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같이 움직여야 마비된 팔 다리가 움직일 수 있다.

다음 동영상을 보라. 내가 양 어깨를 같이 움직이면 훨씬 수월하게 왼쪽 어깨를 움직일 수 있다. 팔이 머리에 가까이 가면 통증이 밀려오기는 하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이다. 왼팔이 구부러지는 건 오래전에 사고로 다쳐서이다. 근데 그 여파로 저렇게 왼팔과 왼 어깨 운동이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운동을 할 때는 누워서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 어느 정도 느리게 해야 하냐면 나무늘보를 생각하면 된다. 왜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지는 펠덴 크라이스 핵심 원리를 보라. 나무늘보처럼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뇌출혈 분투기 12편에서인가 얘기했지만, 뇌졸중이 발생한 뇌는 갓난아기의 뇌와 같다. 갓난아기는 절대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신경회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갓난아기는 느리게 움직여 신경회로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느리게 움직여 몸을 치료하는 방법은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 뿐에만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왼쪽 무릎을 2017년에 다쳐서 겨울이면 계단을 걷기 힘들 정도였다. 겨울이 아니더라도 등산할 때는 늘 무릎보호대를 차고 서도 계단을 내려올 때는 옆으로 내려와야 할 정도였다. 무릎 관절염을 누워서 느리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고쳤다. 지금은 무릎 보호대도 차지 않고서도 도봉산, 관악산의 계단을 내려올 수 있고, 통증도 전혀 없다.

 

몸의 구성 원리 중 또 다른 하나는 대칭성이다. 우리의 몸은 하늘에서 보았을 때 뇌가 중앙 고랑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누어져 있고, 몸도 그렇게 나누어져 있다. 얼굴은 하나이지만, 둘이다. 몸의 구성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작동에서도 대칭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무릎의 슬개골을 툭 치면 자동반사에 의해 다리가 앞으로 움직인다. 이 때 신경세포는 무릎이 앞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확장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무릎 뒤의 근육이 무릎을 수축시키지 않도록 수축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우리가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 신경세포는 수축과 확장 명령을 동시에 내리는 것이다. 수축과 확장 또한 대칭의 구조이다.

따라서 잘 뻗으려면 잘 움츠리도록 해야 한다. 잘 움츠리려면 잘 뻗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아까 위에서 내 왼손을 오른 겨드랑이로 뻗으면 잘 안 뻗어지고 통증이 밀려온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 통증을 고치기 위해서 두 가지 동작을 취했다. 하나는 당연히 왼팔을 천천히 오른 겨드랑이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효과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서 왼어깨를 뒤로 활짝 제끼는 동작을 취했다. 왜냐하면 왼팔이 오른 겨드랑이로 뻗으려면 왼 어깨의 근육이 수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수축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오히려 왼어깨를 뒤로 제껴서 왼어깨 근육이 확장되도록 한 것이다. 이 동작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뇌졸중을 치료할 때는 보상이 중요하다. 운동과 감각 신경회로는 개의 뇌와 같다고 보면 된다. EBS에서 방영하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자주 보는데, 개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늘 잘한 행동을 하고 나면 간식을 준다. 간식은 보상이다. 보상을 줌으로써 뇌의 반응이 강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 번만 더 반복하면 개의 습관은 어느 정도 고쳐진다. 사람의 뇌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습관을 반복할 때마다 잘했다고 칭찬해주라. 사람의 뇌는 인정욕망에 언제나 목말라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자꾸 칭찬해주어야 한다.

 

모듈성, 대칭성,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그리고 칭찬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다. 스트레칭 할때도 왼팔과 오른팔, 왼다리와 오른다리를 같이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운동은 뇌의 신경세포가 하는 것이지, 몸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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