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이 무서운 점은 치유가 어려운 후유장애를 남기는 것 외에 언제나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언제 다시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뇌에 피가 흐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공포스럽다. 논문을 찾아보니 뇌졸중 환자 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년 누적 재발률이 3.6%, 2년 누적 재발률은 4.8%, 3년 누적 재발률은 5.7%, 4년 누적 재발률이 6.4%이었다고 한다.

내 생각보다는 훨씬 재발이 적지만, 나는 언젠가 내가 죽는다면 뇌출혈이 재발해서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얼마 전 네이버 뇌질환 환자 카페를 통해 연락해 온 한 분도 무려 30여년 만에 뇌출혈이 재발했다고 밝혔다. 나이들수록 재발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또 이 병의 특징이다.

나는 뇌출혈 이후 네이버 뇌질환 환자모임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내가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등 다른 뇌질환 환자 및 보호자들과 교류해오고 있었다. 20201월 어느 날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있는데, 어느 남편이 올린 글은 특히 내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아내가 몇 시간 전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의사는 수술해도 살 확률이 50%정도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평소 아내의 성정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수술 이후 살아나도 누워있어야만 하는 아내가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서 수술을 거부했는데, 본인이 판단을 제대로 한 것인지 후회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댓글들은 온통 지금이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라,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남편은 지금이라도 수술을 받겠다고 댓글을 올렸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나는 내가 만약 뇌출혈이 재발했는데, 의사가 수술을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선택에 대한 나의 결정을 아내에게 말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결정은 절대로 수술을 하지 말라는 것이고, 아내에게도 그렇게 말해두었다. 만약 내가 뇌출혈이 재발해서 쓰러졌는데, 의식이 없고 의사가 수술을 얘기한다면 절대로 수술을 하지 말라고, 죽게 내버려 두라고 말해 두었다.

혹자는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야 하는 것이 인생 아니겠냐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뇌출혈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내 선택은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내가 겪은 뇌출혈은 의사 말대로 아주 경미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왼눈의 좌측 절반이 잘 안 보이는 후유 장애를 남겼고, 그것은 나에게 작지 않은 고통이었다. 이보다 더 세게 뇌출혈이 온다면 - 내 담당의사는 내가 만약 재발한다면 운동 장애, 즉 세상 사람들이 흔히 아는 팔다리 마비로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 어떤 후유 장애가 얼마나 오게 될지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그 후유 장애를 고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해도 고쳐질까 말까 할 것이다. 내가 내 스스로의 몸을 온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지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은 인간으로서 나의 존엄성을 더는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침해받으면서도 삶을 이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죽음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수술을 거부한 남편이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뇌질환 환자 카페를 1년 넘게 들여다보면서 숱한 뇌졸중 발병의 경우를 보았는데,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를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의사가 수술해도 살 확률을 얘기한다면 난 그 수술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수술 뒤에 의식이 깨어나지 않아서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고, 의식이 깨어나도 인지가 돌아오지 않아서, 인지까지 돌아와도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고통스러워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나와 반대의 선택을 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은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결과는 본인이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한가지만 더 첨언한다면, 뇌졸중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세 번째일 정도로 암에 이어 발병율이 높은 편이다. 언론에서 계속 암에 대해서만 보도를 해서 사람들이 암은 무서워해도 뇌졸중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아침 방송에서 크릴 오일 팔아 먹으려고 많이 방송하기는 하더라. 내 가족 중 누군가, 아니면 나에게도 뇌졸중이 올 수 있으므로, 확률을 놓고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온다면 어떻게 할지 미리 심사숙고해서 가족들에게 얘기해 두는 것도 갑작스럽게 병원에 가서 정신없는 와중에 무서운 선택을 해야 할 가족들의 고생을 덜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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