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발병 1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시도했던 다양한 치료법 중 효과 있었던 것을 총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은 나와 비슷한 후유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작성한다.

치료법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치료에 임하는 자세를 얘기해야겠다. 발달된 의학에 적응한 현대인들은 약 먹으면 금방 낫고, 수술 한번 하면 금방 낫는 그런 치료법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절대로 뇌졸중에는 그런 약이나 수술은 없다. 단언하건대 뇌졸중에 가장 좋은 약은 야채와 과일 그리고 운동이다. 그것도 1년 이상 장기간 꾸준히 했을 때 효과가 있다.

가끔 나에게 치료법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알려줬는데, 모든 사람들이 길어야 몇 주 정도해보고는 효과없다고 투덜대더니 곧 연락이 끊어지곤 했다. 열심히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대답을 둘러댄다. 뇌졸중에 최고의 약은 ()’이다. ()’, ‘꾸준히’, ‘항상이라는 뜻이다. 하루도 빼놓지 말고 해야 한다. 운동선수처럼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어렵다. 그렇게 매일 노력해도 몇 년이 걸리는 것이 뇌졸중 치료이다.

 

1. 음식 : 야채와 과일, 나는 뇌출혈 발병 후 6개월 동안은 매일같이 어마어마한 양의 야채와 과일을 먹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루겠다.

 

2. 운동 : 하루 1~2시간 유산소운동, 30분에서 1시간 가량의 근력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은 전두엽 및 측두엽에 의해 조절되는 기억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 운동에 의한 뇌 부피 증가가 제일 크게 나타나는 곳이 해마이다. 해마는 2~3년 내의 단기기억을 저장하는 뇌 영역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소크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일련의 연구들에 따르면, 트레드밀에서 지속적으로 달리게 한 쥐에서는 해마와 전전두엽 부위의 부피가 증가하면서 이들 뇌 부위에 의해 조절되는 외재기억’(기억의 한 종류로서 사물, 사건, 공간의 특징과 관계성 등에 관한 기억) 또한 향상되었다고 한다.

시각 장애에는 등산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뇌졸중으로 인해 손상된 뉴런 네트워크를 복구하는 데에는 새로운 시각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계속 같은 풍경을 보기 때문에 등산보다는 새로운 시각 환경제공의 여지가 적다. 산에서는 발밑을 계속 신경쓰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뇌가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

근력운동 또한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에는 악력과 수명이 큰 역관이 있다. 여자는 악력과 수명의 관계가 없다. 2016년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노화연구소(NIA)의 반 프라그 박사 연구팀은 쥐를 지속적으로 운동시킬 때 근육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 중 카텝신 비’(cathepsin B)라는 단백질이 뇌로 직접 전달되며, 이 단백질이 뇌에서 신경영양인자 발현 증가와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을 유도하는 현상을 발견됐다. 이는 운동에 의해 활성화된 근육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들이 호르몬처럼 뇌로 전달되어 직접 인지기능을 조절할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3. : 뇌졸중 초기에는 잠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진다. 잠을 자야 뇌에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뉴런을 깨끗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잠이 오면 잠을 자야 한다. 잠이 뇌졸중에는 최고의 치료제이다.

 

4. 철저한 체중관리 : 나는 뇌출혈 발병 당시 내 표준체중보다 20kg이 초과된 비만이었다. 비만은 심혈관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고, 결국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굶어서 살을 빼기 보다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천천히 살을 뺐다. 지금은 BMI 지수로 약간의 과체중 상태인데, 이보다 더 뺄 생각은 없다. 대신 체중이 다시 늘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 관리법은 하루에 한 끼 먹기이다. 저녁은 거의 먹지 않는다. 다이어트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녁을 먹으면 다음날 아침 혈압이 반드시 올라가 있다. 혈압관리를 위해서라도 저녁은 자주 굶는다.

 

5. 시각장애 치료법

 

1). 거울보기 :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은 대다수 환상사지를 겪는다고 한다. 잘라낸 팔다리가 아직 붙어 있고 심지어 사고를 당했을 당시의 통증을 느끼는 현상이 환상사지이다. 이 환상사지를 고치기 위한 치료법으로 거울을 보는 방법이 있다. 거울을 보면서 팔다리가 없다는 것을 뇌에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거울은 특수제작한 거울이다.

보통의 뇌졸중 환자라면 그냥 거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시도한 방법인데, 거울을 보자마자 시각이 미세하게 변한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한 달 가량 매일 한 시간씩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왼눈이 정상이다는 것을 뇌에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2).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 보기 : 나는 시각 장애로 인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 예를 들면 내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가 아니라 뭔가 커다란 흰색 덩어리가 지나가는 것으로 감각되었다.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보지 못하는 이 현상을 고치기 위해 처음에는 빨리 움직이는 물체가 등장하는 비행기, 자동차 스피드 경주 등등의 영상을 찾아서 보았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대신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것으로 고쳤다.

안구운동 (https://www.youtube.com/watch?v=pzHNABSuHrs&feature=emb_logo 영상을 이용했는데, 설정에서 재생속도를 0.25배속으로 해놓고 보았다. 이 방법도 하자마자 효과를 느꼈다. 위 영상을 볼 때 나는 대형 모니터를 이용했다. 핸드폰으로는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3) 플래시 라이트 : 뇌졸중으로 시각장애가 오는 가장 원인 중 하나는 시신경이나 후두엽 뉴런이 빛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빛이 번져 보이는 등 빛 처리가 제대로 안 된다.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번쩍이는 빛을 보는 방법을 썼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앱스토어에서 “Disco Light”라는 앱을 다운받는다. 모드를 빛이 번쩍이는 strobe모드로 바꾼다. 설정에서 strobe 속도를 가장 느리게 바꾼다. Disco Light 앱을 켜서 핸드폰 조명이 반짝이게 한 뒤 1~2미터 정도 거리에 핸드폰을 놓는다. 빛이 나를 향해 반짝이게 해야 한다. 하루에 30분씩 꾸준히 했다. 어떤 때는 번쩍이는 빛을 눈을 감고 그 위에 갖다 대기도 했다. 이렇게 하고났더니 빛이 번져 보이는 현상은 바로 고쳐쳤다.

 

4) 선글라스를 써라 : 우리가 보기 위해서는 현재 빛보다 더 적은 빛으로도 충분하다. 빛이 너무 많으면 눈이 금방 나빠진다. 모니터를 종일 봐야 하는 직업은 선글라스를 쓰거나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거나 10분마다 눈을 10초씩 감아주는 것이 효과가 있다. 일반 선글라스를 쓰고 모니터를 보면 빛을 너무 많이 차단해서 잘 안보이므로 나는 색깔을 25%만 넣은 선글라스를 맞춰서 사용하고 있다. 25%만 색깔을 넣으면 다른 사람들은 색깔을 넣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5) 눈을 자주 감아라 : 마지막으로 썼던 방법이 시각 장애가 있는 왼눈을 감고 몇 시간 동안 있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으로 엄청난 진전을 보았다.

 

6) 명상 : 내가 치료명상이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좌선하듯 앉아서 눈을 감고 어릴 적 먼 곳을 바라보던 기억을 회상했다. 나는 어릴 때 뒷산에 올라 멀리 바다를 보았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 기억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이렇게 무언가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당신이 똑같은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은 신경연결을 가져온다.

 

 

이 사진 중 왼쪽은 사과를 보았을 때 후두엽을 촬영한 사진이고, 오른쪽을 본 사과를 기억에서 떠올렸을 때 후두엽을 촬영한 사진이다. 오른쪽 사진에서의 뉴런 연결이 왼쪽보다 적기는 하지만 비슷한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보인다.

, 뇌출혈이 발생하기 전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들을 자꾸 회상해보는 것은 뉴런연결을 정상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

 

7) 눈 영양제는 효과 없다 : 뇌출혈 발병하기 몇 년 전부터 시력이 점점 나빠지길래 루테인을 계속 먹었는데 효과는 전무했다. 뇌출혈 발병 후 알고 보니 루테인 종류는 황반변성 질환에만 효과가 있고 그 외 시력을 좋게 하는 데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 그래도 뭔가가 먹고 싶다면 아로니아를 먹어라.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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