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발병 후 병원에 입원해서는 틀 정도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간호사가 와서 깨우거나, 식사시간이 되어서 잠에서 깨었다가도 다 먹으면 누워 있다가 다시 잠을 잤다. 졸리거나 피곤해서 잔 것도 아니다. 그냥 계속 잠이 왔다. 오죽하면 간호사한테 왜 이리 잠이 오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때처럼은 아니지만 퇴원한지 넉 달이 지난 지금도 잠을 많이 잔다. 지금은 밤 10시나 11시쯤 잠자리에 들어 아침 7시쯤 잠에서 깬다. 그것도 소리가 나서 잠에서 깨는 것이지, 아마 빛과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면 하루에 열두시간도 잘 것 같다. 하루 잠을 적게 자면 이삼일 동안은 열두시간정도 잠을 잔다. 보통 열시간 정도 잠을 자야 피곤하지 않다. 뇌출혈 발병 전과는 확연히 늘어난 수면시간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네이버 뇌질환 카페에 보면 뇌졸중 발병 뒤 잠이 많아졌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환자 보호자들이 올린 왜 이리 계속 잠만 자나요같은 글들도 많다. 왜 뇌졸중 환자는 잠을 많이 자는 걸까?

간호사는 뇌에서 잠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좋은 것 아니냐고 했다. 내 상식으로도 간호사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잠이 들면 몸의 재생프로그램이 가동되므로 잠을 못 자는 것보다는 잠을 잘 자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뇌졸중 환자의 수면에 관한 논문을 찾아 읽다가 깜짝 놀랬다. 적정 수면시간보다 많이 자면 오히려 뇌에 안 좋다고 한다.

먼저 수면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수면 상태는 크게 비렘 수면렘 수면으로 나눌수 있다. (REM)‘Rapid Eye Movement’의 약어로, ‘빠른 눈동자 운동이라는 뜻이다. 렘 수면상태는 뇌가 어느 정도 각성되어 눈동자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잠에 빠져 들어 있는 상태이다.

그 반대인 비()렘수면 상태는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들어 있는 상태이다.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반복되는 것을 수면 주기라 부른다. 우리가 잠이 들면 처음에는 렘 수면 상태에 있다가 빠르게 비렘수면 상태로 빠져든다. 비렘 수면 상태에서는 호흡이 느려지고 근육 활동은 거의 사라지며 뇌파가 매우 느린 파형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비렘 수면을 서파(徐波) 수면이라고도 부른다. 비렘 수면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렘 수면 상태로 변화하게 된다. 뇌파가 점차 각성 상태와 비슷하게 활발해지지만 근육은 정지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잠이 막 들었을 때는 비렘 수면의 비율이 높고 뒤로 갈수록 렘수면 상태가 지속되면서 잠에서 깰 준비를 하게 된다.

우리가 잠에 들고 잠에서 깨는 것에는 뇌간에 있는 망상활성계가 작용한다. 망상활성계는 뇌간에 위치하고 피질의 가장 높은 곳까지 뻗어있다. 나머지 뇌에 전원을 넣고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한다.

 

아래는 서울대 간호학과 논문 <뇌졸중 후 수면-각성장애>의 중요 사항만 요약 발췌한 것으로 시간이 없어서 이 발췌로 대신하고자 한다. 논문 다운로드는 여기서(http://jkbns.newnonmun.com/data/?a=53931)

 

뇌졸중과 수면에 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발생 후 수면-각성 주기의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수면 각성 주기의 변화는 뇌졸중 환자에게서는 40~60% 정도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일반인의 발생 빈도 10~40%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후 수면-각성 장애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이 장애가 뇌졸중의 발생 부위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 외에도 뇌졸중 후 수면 - 각성 장애는 나이, 뇌졸중 후 장애 정도, 불안 장애 유무 및 항 정신성 약무루 복용, 우울 및 동거인 유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 다른 연구에 이하면 뇌졸중 후에 생기는 수면 각성 - 장애 발새 시기도 연구마다 다르게 보고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급성기 뇌졸중 환자에게서 수면-각성 장애 발생이 가장 높으며, 뇌졸중 발생 18개월 후의 환자들의 경우에는 수면-각성 장애 발생빈도가 입원 시의 급성기보다 감소한다고 하였다. 반면 뇌졸중 발생 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면 각성 장애의 발생 빈도가 더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가 다인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고, 중증도가 다른 환자가 같은 입원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뇌졸중으로 인한 이차적인 수면-각성 장애와 환경적 요인에 의한 수면-각성 장애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수면-각성 장애는 신체적 증상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회복을 지연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논문을 보면, 연구대상자 115명 중 불면이 있다고 한 사람은 19, 주간 졸음이 있다고 보고한 사람은 16, 불면과 주간 졸음 모두 호소한 사람은 16명이었다. 본 연구 결과 우리나라 뇌졸중 후 급성기 환자의 불면 발생빈도는 38.9%, 주간 졸음은 35.6%로 수면-각성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졸음을 호소한 사람은 활동 중에 뇌졸중이 발생한 대상자, 피로감을 호소한 대상자에서 더 자주 발생하였고, 또한 입원시 뇌졸중 중증도가 높은 대상자와 운동기능 장애, 연하곤란이 있는 환자들에서 주간졸음 발생이 많았다. 그리고 뇌졸중 발생 부위와 주간 졸음은 의미있는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뇌졸중 병변을 뇌기저부와 기타 부위로 나누어 비교해보았을 때, 병변이 뇌기저부에 있는 대상자에서 주간졸음이 유의하게 많이 발생하였다.

뇌졸중 환자에서의 불면은 우울 및 피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선행 연구(Sohn, 2002)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수면장애는 우울이 있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세로토닌의 저하, 뇌교 부위의 콜린성 활동(cholinergic activity) 증가, 노아드레날린성 호르몬과 콜티코-트로핀 유리 호르몬의 과다 활성화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Thase, 1998),Roberts, Shema, KaplanStrawbridge (2000)은 수면장애가 우울의 진단이나 우울 발생의 예측과 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뇌졸중 후 발생하는 수면-각성 장애는 뇌졸중후 우울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면밀히 관찰하여 조기에 치료 및 중재를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결과 불면과 환경적 요인 다인병실유형 또는 과거 입원 경험은 불면과 유의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인실에 있는 환자들은 다인실에 있는 환자보다 다른 환자들의 영향을 덜 받고, 이전에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병원 환경과의 이질감을 경감시킬 수 있으므로 병실 유형과 입원 경험이 불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던 것과 상이한 결과였다. 입원한 뇌졸중 환자들이 다른 사람의 신음소리나 수면 환경의 변화를 불면의 원인으로 지적했음에도불구하고 병실 유형이 불면 유발 요인이 아니었던 것은 뇌졸중 환자들에게 질병 자체나 우울, 피로 등의 다른 장애요인이 많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수면다원분석 검사를 시행한 외국의 연구(Terzoudi et al., 2009)에 의하면 입원한 급성기 뇌졸중 환자들의 수면시간은 242.4(4시간), 수면잠복기는 42.2분으로 나타나 본 연구결과와 상이하였다.

본 연구에서 수면의 질이 가장 낮은 집단은 불면과 주간 졸음을 모두 호소한 혼합군이었다. 혼합군은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도 49.7분으로 가장 길었고, 총 수면시간도 326.3분으로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수면 후 각성 횟수 2.7, 수면 후 각성시간 54.3, 낮잠횟수 2.8, 낮잠시간 125.5분으로 수면-각성 양상의 이상을 보였다.

본 연구 결과, 대상자의 35.6%가 주간졸음을 호소하였다.Hermann (2008)은 시상 부위에 뇌졸중이 발생한지 24시간 이내인 환자 31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환자 모두에게서 수면 요구량이 증가함을 보고하였고, 뇌졸중 발생 5개월 후의 대상자를 조사한 선행연구(Vock et al., 2002)에서는 대상자의 26%에서 주간졸음을 호소하여, 뇌졸중 발생 후 시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비교적 많은 수의 뇌졸중 환자에서 주간졸음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주간 졸음은 야간의 불면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우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Breslau, Roth, Rosenthal, &Andreski, 1996), 본 연구에서 뇌졸중 환자에게 발생한 주간졸음은 인구학적 요인 또는 우울보다는 뇌졸중 중증도, 운동장애 유무, 연하곤란 유무, 피로와 같은 질병관련 요인과 관련이 있어 일반적인 주간 졸음과는 그 성격이 다른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뇌졸중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뇌졸중 후 피로는 뇌졸중 환자의 35-60%에서 호소하는 증상으로(Choi-Kwon,Han, Kwon, & Kim, 2005), 이러한 뇌졸중 후 피로감은 불면증 또는 식욕감퇴로 인한 것이라는 보고가 있는데(Banco,Espinosa, Arpa, Barreiro, & Rodriguez-Albarino, 1999), 본 연구에서도 뇌졸중 후 피로는 뇌졸중 후에 발생하는 불면과 주간졸음 모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뇌졸중 환자의 수면-각성 문제에 있어서 피로는 주요한 관련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뇌졸중 관련 증상이 많을수록, 피로를 느낄수록 주간졸음 발생이 높은 것으로 보아 뇌졸중과 관련된 신체적, 혹은 병리적인 요인이 주간졸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본 연구 결과 대뇌 기저핵 부위 및 부채꼴 방사관(coronaradiata)과 같은 대뇌 피질하 부위에 병변이 있는 경우 주간졸음이 유의하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시상과 인접해있는 피질하의 뇌 구조들이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한 최근의 선행연구들(Bassetti, 2005; Rye & Jankovic, 2002)의 결과와 일치하였다.

수면 과정은 전시상하부의 시각전영역에 위치한 수면 촉진뉴런이 활성화 되면 시작된다(Kim, 2007). 그 후, 전뇌의 기저부를 비롯한 후시상하부, 중간교뇌피개에 위치한 각성-촉진 뉴런이 억제되고 이것이 연이어 수면 촉진 부위인 시상하부의 억제를 무력화(탈억제) 시켜 수면 과정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연구에서 대뇌 피질 및 기저핵 부위에 병변이 있는 경우에 주간졸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 이유는 아마도 수면과 각성을 유도(generating)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는 뇌간 망상체(reticular formation), 청반핵(locusceruleus), 솔기핵(raphe nucleus), 시상하부 등은 시상 및 뇌간의 여러 부위에 걸쳐 존재하므로,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고 투사(projection)하는 부위인 피질하 부위의 뇌 구조들에 허혈이 발생한 경우에 수면과 각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Catsman-BerrevoetsHarskamp (1988) 역시 대뇌 피질하 부위 및 시상 부위에 병변이 있는 뇌졸중 환자들에게서 하품을 하거나 눈을 감고 있는 등의 수면 전 행동(presleep behavior)를 관찰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행동들은 환자들에게 다른 과업을 주어 주의를 돌리면 사라졌다고 하였다. Laplane, Baulac, Widlo_cherDubois (1984)는 이러한 자동 각성능력(autoactivation) 결핍 상태를‘athymormia’혹은‘pure psychic akinesia’로 명명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주간졸음 발생이 운동기능 장애와 각성 장애가 혼합되어 나타나는 형태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Bassetti, 2005), 이는 본 연구결과에서 운동기능 장애와 주간 졸음이 유의한 관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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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 여러 논문을 읽은 뒤 내가 내린 결론은 잠은 뇌졸중 치료제라는 것이다. 잠이 뇌졸중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잠을 잘 때 신경교세포가 특별한 경로를 열어 쌓인 찌꺼기와 독소를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액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85%의 신경교세포와 15%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뇌에는 외부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주위에 혈뇌 장벽이 쳐져 있고 림프계(몸에서 면역계와 치유에 대단히 중요한 혈관체계)가 없다. 림프계 대신 작은 미세교세포가 뇌를 침입하는 유기체로부터 보호한다. 또 신경교세포는 뇌가 만드는 찌꺼기를 제거함으로써 신경세포를 돕는다.

뇌에 뇌졸중이 발생하면 많은 독소물질과 찌꺼기가 생성되고, 이것들은 우리가 잠에 들어야 신경교세포에 의해 밖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수면은 뇌졸중 치유에 매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논문에도 나오지만, 뇌졸중으로 인한 수면 장애는 나처럼 과다수면이 아니라 반대로 불면이 있는다. 불면은 뇌졸중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2017년 미국 위스콘신대 키아라 치렐리 박사 연구팀은 잠을 오래 못 자면 신경교세포가 시냅스를 더 많이 먹어치워 비정상적인 신경회로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 있는 특수한 연결부위를 말한다. 이 연결부위를 통해 신경세포와 세포 사이의 신호가 전달되므로 시냅스가 줄어들면 그렇지 않아도 손상된 뇌에 더욱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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