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뒤 가장 충격 받은 때는 의사가 죽은 뇌세포는 절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고 했을 때이다. ‘절대라고 한 의사의 말은 나에게 어떻게 들렸냐면 너의 시력은 다시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는 선언으로 들렸다. 물론 의사는 저 말을 하고 나서는 뒤에 작은 목소리로 적응하거나 죽은 뇌세포의 기능을 살아있는 뇌세포가 물려받으면 회복될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이미 내 뇌에는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는 말만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교육이 끝나고 의사가 나간 뒤, 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아니, 피부는 칼에 베어 피가 철철 흘러도 잘만 살아나는데, 왜 뇌세포는 살아나지 않는 거야

퇴원 후 뇌세포는 왜 살아나지 않는지, 왜 뇌세포만 살아나지 않는지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나는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해결해야 했다. 그 궁금증은 뇌과학자 김대식의 책을 읽고 풀렸다. 김대식은 뇌세포가 살아나지 않는 것을 자아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 기억을 저장하는 뇌세포가 피부세포나 창자세포처럼 매시간 또는 이삼일마다 바뀐다면 우리는 어제의 일, 일주일 전의 일을 기억할 수 없을 것이며, 이는 나라는 자아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죽을 때, 태어났을 때의 뇌 그대로 죽는다고 말한다.

다른 뇌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지금과 같은 형태와 구조를 지니기 위해 세포의 재생을 포기했다고 말하고 있다. 뇌는 전문화되는 과정에서 다른 기관들에 있는 중요한 수선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뇌에는 세포의 재생을 돕는 줄기세포가 없다고 말한다. 줄기세포의 부재를 섦여하는 주된 주장은 인간의 뇌가 진화하면서 너무나 복잡하게 전문화되어 대체할 수 있는 세포를 생산할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뇌세포가 재생되지 못한다는 주장은 1998년에 게이지와 페테르 에릭손이 해마에서 줄기세포를 발견함으로써 뒤집혀졌다.

 

에릭손과 게이지는 BrdU라 불리는 표지를 써서 뇌세포를 염색하는 독창적인 방법을 발견했다. BrdU는 뉴런이 생성되는 순간에만 뉴런에 흡수되고, 현미경 아래에서 빛을 발한다. 에릭손과 게이지는 임종이 가까운 환자들에게 허락을 얻어 그들에게 표지를 주입했다. 이 환자들이 임종한 뒤 그들의 뇌를 조사한 에릭손과 게이지는, 해마에서 최근에 새로 형성된 아기 뉴런들을 발견했다. 이 죽어가던 환자들로부터 우리가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 있는 뉴런들이 우리 안에서 생성된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뉴런 줄기세포의 연구는 인간 뇌의 다른 부분에서도 계속되었다. 지금까지 뉴런 줄기세포는 후각망울(냄새를 처리하는 영역)에서도 활성을 보인다는 것과, 중격(감정을 처리하는 영역), 선조체(움직임을 처리하는 영역), 척수에서는 활동하지 않고 잠복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 스스로 치유하는 뇌

 

게이지와 에렉손이 인간의 뇌에서 줄기세포를 발견한 이후 2013년엔 더욱 놀라운 연구가 나왔다. 탄소연대측정 기법을 이용하여 사망자 뇌 해마에서 뉴런 생성 시기를 추적해보니 많은 뉴런이 생애 내내 생성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사람 뇌에서 날마다 700개가량의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추산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13)00533-3 참고.

신경줄기세포의 발견이 왜 중요하냐면 신경세포가 죽거나 고장이 나서 생기는 많은 뇌질환, 즉 뇌출혈, 뇌경색, 뇌전증 등을 이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싯달탄 찬드란이 2013년에 한 테드 강연에서 현재 치료법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ted.com/talks/siddharthan_chandran_can_the_damaged_brain_repair_itself?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그런데,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아르투로 알바레스부이야 교수 연구진이 20183월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성인의 뇌에서는 갓 만들어진 신경세포가 거의 없다고 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2629-3

 

이 발표로 인간 어른의 뇌에 신경줄기세포가 있는지 없는지에 관한 논란이 확산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싯달탄 찬드란의 강연에서 본 것처럼 이미 신경줄기세포를 활용한 뇌질환 치료법이 개발 중에 있기 때문이다. 신경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뇌질환 치료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전통적 치료법으로 뇌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명상을 하면서 우측 후두엽 줄기세포여, 깨어나라를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혹시 아는가, 내 명상으로 후두엽 줄기세포를 깨울 수 있을지.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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