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든 생각인데 뇌졸중이 발생한 뇌는 갓난아기의 뇌와 같다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라. 갓난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아기가 말을 또렷하게 하던가? 아기가 어른이 하는 말을 알아듣던가? 아기가 혼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가? 또한 당연히 아기는 어른이 보는 것과 같이 보지 못한다. 하지만 짐승은 다르다. 언젠가 기린이 출산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어미의 몸에서 밖으로 나와 땅에 몸이 닿자마자 벌떡 일어나더니 잠시 뒤 걸어 다녔다. 그러나 인간의 아기는 다르다. 인간의 아기는 수 년에 걸쳐 보는 법, 기어다니는 법, 걷는 법, 달리는 법, 먹는 법 등등 생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익혀야 한다. 익힌다는 것은 뇌에 배선된다는 것이다. 기린 새끼와 인간 아기의 차이는 뇌가 배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린은 DNA에 태어나자마자 걷는 법이 저장되어 있다가, 어미의 몸 밖으로 배출된 직후 이 기억이 배선된다. 하지만 인간 아기의 뇌에는 뭔가 필요하거나 아프면 울어라밖에 기억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물론 아기와 뇌졸중 환자의 뇌의 차이는 있다. 그것은 아기의 뇌는 세상으로부터 어떠한 감각이나 정보도 입력되지 않았기에 뇌의 연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고, 뇌졸중 환자의 뇌는 이미 이루어졌던 세포들의 네트워크가 파괴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뇌졸중 환자의 뇌는 아기의 뇌처럼 네트워크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는 뇌세포의 일부만 살아 있어도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다.

나의 뇌가 아기의 뇌와 같아서 내가 못 보는 것이라면, 아기처럼 움직이고 감각해서 시야를 회복하면 된다. 이것이 내가 찾아낸 시각 장애 치료법의 핵심이다. 아기처럼 움직이고 감각하기 위해서는 아기가 어떻게 눈동자를 움직이고, 사물을 바라보는 지 생각하면 된다. 내 기억에 아기들은 눈동자를 천천히 움직이고, 눈을 몸과 함께 움직인다. 여기서 핵심은 천천히이다. 내가 개발한 치료법의 핵심도 천천히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뇌졸중 환자의 치료는 시간이 약이라더라”, “시간이 지나면 다 낫는다더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파서 고통스러운 사람한테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더라와 같은 말은 위안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을 볼 때마다 짜증이 솟구친다. 11초라도 답답한 시야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싶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의 뇌 상태에 맞는 정확한 치료법을 찾아낸다면 뇌의 가소성은 즉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 몸의 기능을 다시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다. 그 방법을 못 찾은 것뿐이다. 당신이 당신 뇌의 상태에 꼭 맞는 치료법을 찾아낸다면 하루만에라도 상당한 회복의 진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뇌과학을 공부해 스스로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뇌출혈 직후 나의 시야 상태는 다음과 같았다.

 

1. 스크린 50% 축소

2. 왼쪽 눈동자 앞쪽에 있는 사물 안보임.

3. 빨리 움직이는 물체의 형태 분간 어려움.

4. 겹쳐 보임(복시).

5. 좁은 빨대구멍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음.

6. 매우 어두침침해 보임

7. 빛에 약함.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 뇌가 처리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함.

8. 3차원 구조 인지 장애

9. 눈을 조금만 사용해도 금방 시력이 안 좋아짐.

10. 내가 보는 것이 다른 세계인 듯한 느낌.

11. 나의 뇌가 내 왼눈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느낌.

 

1번 스크린 축소와 4번 겹보임은 같은 현상이니, 스크린이 축소되지 않으면 겹보임도 사라진다. 이 중 1, 3, 4, 6, 9, 10, 11번을 제외하고는 한달 이내에 다 나았다. 그 치료법은

첫째, 등산. 등산을 하면서 처음에는 빨리 걷기를 했는데, 최근에는 곁눈질로 나무와 풀을 보면서 천천히 걷는다. 왜냐하면 내가 빨리 움직이는 사물을 잘 못 보기 때문이다. 특히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물은 실루엣만 보이거나 겹보인다. 아기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사물을 보면서 눈()의 분별력을 차츰 높여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등산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등산을 하면 발 빝에 끊임없이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도로 신경을 집중하면 뇌의 가소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등산을 하면서도 스쳐 지나가는 나무와 풀을 바라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이 눈으로 전달되었다. 우리 뇌는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고, 익숙한 자극에는 반응이 줄어든다. 새로운 자극은 뇌의 가소성을 높인다.

 

둘째, 독서. 뇌출혈 후 처음으로 읽은 책이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지만 읽은 사람은 거의 드물다는 책이다. 나도 물론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에게 낯선 개념과 단어들은 나의 뇌를 자극하여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책도 소설보다는 내용 이해가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다. 더구나 시간의 역사는 2단 편집되어 있는 책이었다. 2단 편집되어 있으면 눈이 오른쪽 끝까지 갔다가 다음 줄로 이동하는 시간이 금방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것을 홱보기(단속 운동, saccade)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줄의 끝에 도달하면, 눈은 왼쪽으로 빠르게 홱보기를 해서 다음 줄의 첫 단어에 가서 멎는다. 홱보기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유형의 운동으로 50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다. 그리고 다음줄의 처음을 찾기 위해서는 당연하지만 윗줄의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뇌의 기억을 자극한다. 처음에는 다음줄 첫 글자를 찾지 못해 몇 번 헤매기도 했다. 눈이 멀쩡한 사람에게는 줄 바꿈이 쉬운 운동이지만 시각장애자에게는 줄 바꿈이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니다.

 

셋째, 채식. 노먼 도이치는 파워워킹과 채식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다. 이것에 관해서는 별도로 글을 쓸 예정이다.

 

넷째, 눈운동. 뇌졸중 환자의 모든 운동은 매우 천천히 해야 한다. 눈운동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누워서 해야 한다. 갓난아기는 종일 누워있다! 누우면 중력이 감쇄되어 몸이 이완된다. 베개를 베지 말고 누운 상태에서(무릎은 펴고 되고 세워도 된다. 편한 대로) 눈동자를 위로 치켜떴다가 아주 천천히 오른쪽으로 돌린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천천히 돌린다. 돌리면서 눈을 가장 바깥쪽으로 밀어야 한다. 밀 때 눈에 힘을 주면 눈이 너무 아파서 눈돌리기를 오래 할 수 없다. 눈에 힘을 빼고 눈을 천천히 돌리면서 최대한 바깥쪽으로 민다. 이 상태로 눈을 한바퀴 돌린다. 처음에는 한 바퀴도 못 돌린다. 눈 돌리는 횟수를 매일매일 늘려간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다섯 번 돌렸으면 왼쪽으로도 다섯 번 돌려준다.

이렇게 눈운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뇌가 눈을 인지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뇌졸중이 일어나면 우리 뇌는 학습된 비사용”(이것에 관해서는 뇌출혈 분투기 8을 보라)에 빠진다. 내가 최근에 느낀 건데 학습된 비사용에 빠지면 뇌의 인지가 약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는 나의 뇌가 왼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천천히 눈을 움직이면서 눈 근육이 어떻게 이 움직임에 관여하는지 느낀다면 눈에 대한 뇌의 인지가 높아진다.

 

아래는 뇌출혈 발병 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는 증상을 어떻게 치료하는지에 관한 방법이다.

 

1. 스크린 축소 : 이 동영상을 재생 속도를 0.25로 해놓고 본다. : 유투브 영상 주소 중 youtube다음에 ‘repeat’를 넣으면 무한 재생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Hu0n_weH4OM&t=97s

 

 

2. 겹보임, 빨리 움직이는 물체 분간 어려움 : 처음에는 거리 상관없이 빨리 움직이는 사물을 분간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반경 3~4미터 이내에서 움직이는 사물은 그 실루엣만 보이고 겹보인다. 이 문제는 다음 방법으로 치료했다. 사물이 빠르게 움직여서 분간이 어려우면 느리게 움직이는 사물 보기부터 적응해서 차츰 그 속도를 빠르게 해서 치료하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zHNABSuHrs 이 동영상 재생속도를 0.25로 해놓고 하루 한 시간씩 보았다. 이틀 만에 많이 나아졌다.

 

3. 매우 어두침침해 보임 : 빛을 처리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므로, 눈을 아주 천천히 떴다 감았다를 반복한다. 나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뜰 때가 가장 잘 보인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뜨면서 망막으로 들어가는 빛을 조절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아주 천천히 번쩍이는 빛을 보는 것이 있다. 아래 동영상을 0.25배속으로 해놓고 보는 게 효과적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S1WtikbkeU

 

최근 본 기사에 따르면 1분에 40초씩 번쩍이는 빛을 보면 뇌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방법을 쓸 때 40헤르츠(감마파)의 소리를 같이 들으면 뇌의 가소성이 높아진다고 함. https://www.youtube.com/watch?v=ZGHbKWGgH_E 이 영상 참고. 나는 이명 때문에 소리를 듣지는 않았다.

 

4. 눈을 조금만 사용해도 금방 시력이 안 좋아짐. : 자주 눈을 감았다가 뜬다.

 

그리고 치료를 하면서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억지로, 무리해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이상이 느껴지면 무조건 중단해야 한다. 뇌의 신경변화는 억지로 해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퇴행을 일으킨다. 51일부터 11일까지 세 번이나 관악산 등산했다가 왼눈 시야 상태가 두 달 전으로 후퇴했다. 엄청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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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제시한 방법은 저에게 맞는 방법입니다. 하나의 방법이 본인에게 맞는지 아닌지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 얘기했지만 정확한 방법만 찾아내면 뇌 가소성은 금방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냅니다. “천천히 움직인다는 원리만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내어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찾아낸 방법을 저처럼 공유해서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최적화된 치료법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꿈꿉니다.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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