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상한 속설이 사람들 사이를 떠돌고 있다. 그것은 혈압과 당뇨는 ‘평생’ 약 먹으며 ‘관리’하면 된다는 속설이다. 나로서는 ‘평생’ 약 먹는데, 그것이 어찌 ‘건강관리’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약은 몸에 좋다는 기이한 믿음 속에서 탄생한 속설이다. 그러나 이는 오류로 가득찬 믿음과 속설이다. 내가 십여년 전 처음 고혈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 친구도 같은 반응이었다. "혈압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던데..." 그러나 이 속설은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빠트렸다. 하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은 다른 부작용을 가져오거나 병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에 고혈압약을 먹기 시작하고, 보름 뒤 의사 진료를 갔을 때 의사는 혈압약 복용 뒤 심장의 다른 변화를 느꼈는지 물어보았다. 심장쪽이 쿡쿡 찌르는 듯이 아팠던 적이 있다고 하자, 의사는 반색을 하며 ‘그것은 등쪽 통증때문이다’라고 하며 혈압약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의사는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혈압약은 그 외에도 다른 병을 불러온다. 그 중 치명적인 하나는 ‘뇌경색’이다. 네이버 뇌질환 카페에서 실제로 이와 같은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아들이 올린 글이었는데, 어머니가 십 년 동안 혈압약 잘 복용하고 계셨고, 그 외에 다른 병은 없었는데, 며칠 전 갑자기 뇌경색이 왔단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본 적이 있다. 뇌경색이 와서 병원에 가서 혈전용해제를 복용했는데, 몇 시간 뒤 뇌출혈이 온 사람도 보았다. 이것은 혈압약이 뇌경색을 불러온다는 것은 혈압약이 혈관을 막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 주위에도 혈압약을 장기 복용중인 사람이 꽤 있다. 다들 그저 나이 들면 혈압이 올라간다는 설명만 믿고 그러려니 하고 약을 먹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뇌경색과 같은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은 건 운이 좋아서 일 뿐이다. 운이 나쁘면 심장질환이나 뇌경색이 발병한다.

그리고 혈압과 당뇨는 ‘평생 약 먹으며 관리’해야 하는 불치의 병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이상한 속설이 퍼진 것은 혈압과 당뇨를 완치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완전히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뜯어 고쳐야 할 생활습관 중에 가장 확실히 고쳐야 하는 습관이 먹는 습관이다. 최소한 몇 개월은 먹고 싶을 것을 참아야 하고, 배고프더라도 굶어야 한다. 때로는 하루 종일 어머어마한 양의 야채만 먹어야 하는 날도 있다. 표준 체중까지 살을 빼야 하고, 표준 체중에 도달하면 그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알지만, 인간의 가장 기본 욕구인 식욕을 참는다는 것은 정말정말정말정말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요즘 같이 맛있는 것이 넘쳐나고, 텔레비전을 비롯한 온갖 대중매체에서 음식 프로를 종일 방영하는 시대에 다이어트는 정말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혈압과 당뇨약은 다른 병을 불러온다. 얼마 전 당뇨병치료제 메트포르민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그 밖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어떻게 알겠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6월 15일 혈압약을 먹지 않은지 나흘째이다. 나흘 전 먹은 것도 그 전에 거의 일주일동안 혈압약을 먹지 않다가 먹은 것이니, 혈얍약을 거의 먹지 않은지 보름 정도 된 것 같다. 오늘 아침 혈압은 127이었다. 혈압은 본인 나이에 90를 더하면 그게 정상 혈압이다. 나의 정상 혈압은 139이다.

작년 1월 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혈압약을 끊기 위해 계속 시도했었다. 혈압약 먹기 시작한 뒤 4개월 뒤에 끊어 보았는데, 처음 사나흘은 120대를 유지하던 혈압이 며칠 만에 150을 넘기 시작하면서 다시 약을 복용했었다.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혈압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그것은 음식이었다. 특히 저녁에 과식을 하면 다음날 무조건 혈압이 평상시보다 올라가 있었다. 점심에 과식을 하고 저녁을 먹지 않은 날은 다음날 혈압에 거의 변동이 없었다. 점심도 먹고 과식은 아니지만 저녁을 먹은 날은 다음날 혈압이 약간 올라가 있었다. 사실 나는 거의 저녁을 먹지 않는다. 하루 한끼, 점심만 먹는다. 참기 힘든 날도 있다. 치맥이 먹고 싶다던가 저녁에 야식이 먹고 싶은 날도 있다. 먹고 싶으면 먹었다. 걱정 하지 않고 먹었다. 그렇게 먹고 나면 하루 또는 이틀은 야채만 먹었다.

처음 6개월은 하루에 어마어마한 양의 야채를 먹었다. 어떤 날은 야채만 먹은 날도 있고, 길을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 뻔한 날도 있었다. 그리고 운동(아침 등산)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렇게 관리한 끝에 10개월만에 혈압이 118까지 떨어졌다. 물론 혈압약 복용한 뒤의 수치이다. 이 상태에서 몇 번 혈압약을 끊으려고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혈압은 다시 치솟았다. 그러다 혈압을 낮추는데 가장 효과적인 운동법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등척성 근력운동이었다. 단어가 낯설지만, 아주 간단한 운동이다. 양 주먹을 불끈 쥐면 된다. 이게 끝이다. 양 주먹을 불끈 움켜 쥐고 2분 동안 버티는 운동을 하루에 4세트를 하는 운동법이다. 시간으로는 하루 총 8분이면 된다. 나는 이걸 그냥 한번에 8분 동안 했다. 주먹에 힘을 잔뜩 쥔 채 8분을 버티는 운동을 2020년 4월부터 시작했다. 이 운동을 하고 난 뒤부터는 혈압이 95까지 떨어졌다. 이 운동을 하기 전에는 어떤 짓을 해도 혈압이 112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95까지 내려갔다. 물론 혈얍약 복용 + 아침 등산을 하고 난 뒤의 수치이다. 그리고 두달 뒤 약을 먹지 않아도 혈압이 137이 유지되었다. 지금은 아침에 8분, 저녁에 8분 양 주먹 움켜쥐기 운동을 한다. 그리고 과식을 하지 않으려 하고, 저녁을 먹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침 혈압이 높게 나온 날은 야채만 먹는다. 식욕을 참기 힘들지만 이렇게만 유지한다면 적어도 1~2년 뒤에는 음식 걱정없이 먹으면서도 혈압이 유지되는 날이 올 것이다.

 

혈압 낮추는 방법

1. 혈압은 몸무게와 인과관계가 있다. 몸무게가 늘어나면 혈압도 높아진다. 그러므로 혈압을 낮추려면 먼저 몸무게를 표준체중으로 빼야 한다.

2. 혈압은 먹는 양과 인과관계가 있다. 많이 먹으면 혈압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소식해야 한다.

3. 무엇을 먹는가와도 인과관계가 있다. 나의 경우 탄수화물을 먹었을 경우 혈압이 올라갔다. 비계없는 육고기, 야채, 생선은 그다지 혈압을 올리지 않았다.

4. 주먹을 꽉 움켜쥐고 버티는 운동을 매일 자주 해라. 다이나믹 근력운동(예:덤벨)은 1.8mmHg, 유산소운동은 3.5mmHg, 등척성 근력운동은 10.9mmHg의 혈압을 낮추는 효과 가 있다.
(건포도나 포도 추가)

 

덧붙임 글 : 내 아내는 황반변성을 동반한 급성 당뇨가 왔지만 다이어트와 야챼 위주의 식사, 꾸준한 운동으로 6개월만에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꾸준히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혈당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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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발병 1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시도했던 다양한 치료법 중 효과 있었던 것을 총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은 나와 비슷한 후유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작성한다.

치료법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치료에 임하는 자세를 얘기해야겠다. 발달된 의학에 적응한 현대인들은 약 먹으면 금방 낫고, 수술 한번 하면 금방 낫는 그런 치료법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절대로 뇌졸중에는 그런 약이나 수술은 없다. 단언하건대 뇌졸중에 가장 좋은 약은 야채와 과일 그리고 운동이다. 그것도 1년 이상 장기간 꾸준히 했을 때 효과가 있다.

가끔 나에게 치료법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알려줬는데, 모든 사람들이 길어야 몇 주 정도해보고는 효과없다고 투덜대더니 곧 연락이 끊어지곤 했다. 열심히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대답을 둘러댄다. 뇌졸중에 최고의 약은 ()’이다. ()’, ‘꾸준히’, ‘항상이라는 뜻이다. 하루도 빼놓지 말고 해야 한다. 운동선수처럼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어렵다. 그렇게 매일 노력해도 몇 년이 걸리는 것이 뇌졸중 치료이다.

 

1. 음식 : 야채와 과일, 나는 뇌출혈 발병 후 6개월 동안은 매일같이 어마어마한 양의 야채와 과일을 먹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루겠다.

 

2. 운동 : 하루 1~2시간 유산소운동, 30분에서 1시간 가량의 근력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은 전두엽 및 측두엽에 의해 조절되는 기억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 운동에 의한 뇌 부피 증가가 제일 크게 나타나는 곳이 해마이다. 해마는 2~3년 내의 단기기억을 저장하는 뇌 영역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소크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일련의 연구들에 따르면, 트레드밀에서 지속적으로 달리게 한 쥐에서는 해마와 전전두엽 부위의 부피가 증가하면서 이들 뇌 부위에 의해 조절되는 외재기억’(기억의 한 종류로서 사물, 사건, 공간의 특징과 관계성 등에 관한 기억) 또한 향상되었다고 한다.

시각 장애에는 등산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뇌졸중으로 인해 손상된 뉴런 네트워크를 복구하는 데에는 새로운 시각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계속 같은 풍경을 보기 때문에 등산보다는 새로운 시각 환경제공의 여지가 적다. 산에서는 발밑을 계속 신경쓰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뇌가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

근력운동 또한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에는 악력과 수명이 큰 역관이 있다. 여자는 악력과 수명의 관계가 없다. 2016년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노화연구소(NIA)의 반 프라그 박사 연구팀은 쥐를 지속적으로 운동시킬 때 근육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 중 카텝신 비’(cathepsin B)라는 단백질이 뇌로 직접 전달되며, 이 단백질이 뇌에서 신경영양인자 발현 증가와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을 유도하는 현상을 발견됐다. 이는 운동에 의해 활성화된 근육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들이 호르몬처럼 뇌로 전달되어 직접 인지기능을 조절할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3. : 뇌졸중 초기에는 잠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진다. 잠을 자야 뇌에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뉴런을 깨끗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잠이 오면 잠을 자야 한다. 잠이 뇌졸중에는 최고의 치료제이다.

 

4. 철저한 체중관리 : 나는 뇌출혈 발병 당시 내 표준체중보다 20kg이 초과된 비만이었다. 비만은 심혈관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고, 결국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굶어서 살을 빼기 보다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천천히 살을 뺐다. 지금은 BMI 지수로 약간의 과체중 상태인데, 이보다 더 뺄 생각은 없다. 대신 체중이 다시 늘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 관리법은 하루에 한 끼 먹기이다. 저녁은 거의 먹지 않는다. 다이어트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녁을 먹으면 다음날 아침 혈압이 반드시 올라가 있다. 혈압관리를 위해서라도 저녁은 자주 굶는다.

 

5. 시각장애 치료법

 

1). 거울보기 :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은 대다수 환상사지를 겪는다고 한다. 잘라낸 팔다리가 아직 붙어 있고 심지어 사고를 당했을 당시의 통증을 느끼는 현상이 환상사지이다. 이 환상사지를 고치기 위한 치료법으로 거울을 보는 방법이 있다. 거울을 보면서 팔다리가 없다는 것을 뇌에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거울은 특수제작한 거울이다.

보통의 뇌졸중 환자라면 그냥 거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시도한 방법인데, 거울을 보자마자 시각이 미세하게 변한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한 달 가량 매일 한 시간씩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왼눈이 정상이다는 것을 뇌에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2).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 보기 : 나는 시각 장애로 인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 예를 들면 내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가 아니라 뭔가 커다란 흰색 덩어리가 지나가는 것으로 감각되었다.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보지 못하는 이 현상을 고치기 위해 처음에는 빨리 움직이는 물체가 등장하는 비행기, 자동차 스피드 경주 등등의 영상을 찾아서 보았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대신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것으로 고쳤다.

안구운동 (https://www.youtube.com/watch?v=pzHNABSuHrs&feature=emb_logo 영상을 이용했는데, 설정에서 재생속도를 0.25배속으로 해놓고 보았다. 이 방법도 하자마자 효과를 느꼈다. 위 영상을 볼 때 나는 대형 모니터를 이용했다. 핸드폰으로는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3) 플래시 라이트 : 뇌졸중으로 시각장애가 오는 가장 원인 중 하나는 시신경이나 후두엽 뉴런이 빛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빛이 번져 보이는 등 빛 처리가 제대로 안 된다.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번쩍이는 빛을 보는 방법을 썼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앱스토어에서 “Disco Light”라는 앱을 다운받는다. 모드를 빛이 번쩍이는 strobe모드로 바꾼다. 설정에서 strobe 속도를 가장 느리게 바꾼다. Disco Light 앱을 켜서 핸드폰 조명이 반짝이게 한 뒤 1~2미터 정도 거리에 핸드폰을 놓는다. 빛이 나를 향해 반짝이게 해야 한다. 하루에 30분씩 꾸준히 했다. 어떤 때는 번쩍이는 빛을 눈을 감고 그 위에 갖다 대기도 했다. 이렇게 하고났더니 빛이 번져 보이는 현상은 바로 고쳐쳤다.

 

4) 선글라스를 써라 : 우리가 보기 위해서는 현재 빛보다 더 적은 빛으로도 충분하다. 빛이 너무 많으면 눈이 금방 나빠진다. 모니터를 종일 봐야 하는 직업은 선글라스를 쓰거나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거나 10분마다 눈을 10초씩 감아주는 것이 효과가 있다. 일반 선글라스를 쓰고 모니터를 보면 빛을 너무 많이 차단해서 잘 안보이므로 나는 색깔을 25%만 넣은 선글라스를 맞춰서 사용하고 있다. 25%만 색깔을 넣으면 다른 사람들은 색깔을 넣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5) 눈을 자주 감아라 : 마지막으로 썼던 방법이 시각 장애가 있는 왼눈을 감고 몇 시간 동안 있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으로 엄청난 진전을 보았다.

 

6) 명상 : 내가 치료명상이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좌선하듯 앉아서 눈을 감고 어릴 적 먼 곳을 바라보던 기억을 회상했다. 나는 어릴 때 뒷산에 올라 멀리 바다를 보았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 기억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이렇게 무언가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당신이 똑같은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은 신경연결을 가져온다.

 

 

이 사진 중 왼쪽은 사과를 보았을 때 후두엽을 촬영한 사진이고, 오른쪽을 본 사과를 기억에서 떠올렸을 때 후두엽을 촬영한 사진이다. 오른쪽 사진에서의 뉴런 연결이 왼쪽보다 적기는 하지만 비슷한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보인다.

, 뇌출혈이 발생하기 전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들을 자꾸 회상해보는 것은 뉴런연결을 정상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

 

7) 눈 영양제는 효과 없다 : 뇌출혈 발병하기 몇 년 전부터 시력이 점점 나빠지길래 루테인을 계속 먹었는데 효과는 전무했다. 뇌출혈 발병 후 알고 보니 루테인 종류는 황반변성 질환에만 효과가 있고 그 외 시력을 좋게 하는 데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 그래도 뭔가가 먹고 싶다면 아로니아를 먹어라.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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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이 무서운 점은 치유가 어려운 후유장애를 남기는 것 외에 언제나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언제 다시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뇌에 피가 흐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공포스럽다. 논문을 찾아보니 뇌졸중 환자 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년 누적 재발률이 3.6%, 2년 누적 재발률은 4.8%, 3년 누적 재발률은 5.7%, 4년 누적 재발률이 6.4%이었다고 한다.

내 생각보다는 훨씬 재발이 적지만, 나는 언젠가 내가 죽는다면 뇌출혈이 재발해서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얼마 전 네이버 뇌질환 환자 카페를 통해 연락해 온 한 분도 무려 30여년 만에 뇌출혈이 재발했다고 밝혔다. 나이들수록 재발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또 이 병의 특징이다.

나는 뇌출혈 이후 네이버 뇌질환 환자모임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내가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등 다른 뇌질환 환자 및 보호자들과 교류해오고 있었다. 20201월 어느 날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있는데, 어느 남편이 올린 글은 특히 내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아내가 몇 시간 전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의사는 수술해도 살 확률이 50%정도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평소 아내의 성정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수술 이후 살아나도 누워있어야만 하는 아내가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서 수술을 거부했는데, 본인이 판단을 제대로 한 것인지 후회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댓글들은 온통 지금이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라,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남편은 지금이라도 수술을 받겠다고 댓글을 올렸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나는 내가 만약 뇌출혈이 재발했는데, 의사가 수술을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선택에 대한 나의 결정을 아내에게 말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결정은 절대로 수술을 하지 말라는 것이고, 아내에게도 그렇게 말해두었다. 만약 내가 뇌출혈이 재발해서 쓰러졌는데, 의식이 없고 의사가 수술을 얘기한다면 절대로 수술을 하지 말라고, 죽게 내버려 두라고 말해 두었다.

혹자는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야 하는 것이 인생 아니겠냐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뇌출혈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내 선택은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내가 겪은 뇌출혈은 의사 말대로 아주 경미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왼눈의 좌측 절반이 잘 안 보이는 후유 장애를 남겼고, 그것은 나에게 작지 않은 고통이었다. 이보다 더 세게 뇌출혈이 온다면 - 내 담당의사는 내가 만약 재발한다면 운동 장애, 즉 세상 사람들이 흔히 아는 팔다리 마비로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 어떤 후유 장애가 얼마나 오게 될지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그 후유 장애를 고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해도 고쳐질까 말까 할 것이다. 내가 내 스스로의 몸을 온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지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은 인간으로서 나의 존엄성을 더는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침해받으면서도 삶을 이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죽음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수술을 거부한 남편이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뇌질환 환자 카페를 1년 넘게 들여다보면서 숱한 뇌졸중 발병의 경우를 보았는데,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를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의사가 수술해도 살 확률을 얘기한다면 난 그 수술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수술 뒤에 의식이 깨어나지 않아서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고, 의식이 깨어나도 인지가 돌아오지 않아서, 인지까지 돌아와도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고통스러워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나와 반대의 선택을 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은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결과는 본인이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한가지만 더 첨언한다면, 뇌졸중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세 번째일 정도로 암에 이어 발병율이 높은 편이다. 언론에서 계속 암에 대해서만 보도를 해서 사람들이 암은 무서워해도 뇌졸중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아침 방송에서 크릴 오일 팔아 먹으려고 많이 방송하기는 하더라. 내 가족 중 누군가, 아니면 나에게도 뇌졸중이 올 수 있으므로, 확률을 놓고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온다면 어떻게 할지 미리 심사숙고해서 가족들에게 얘기해 두는 것도 갑작스럽게 병원에 가서 정신없는 와중에 무서운 선택을 해야 할 가족들의 고생을 덜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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