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눈 망막박리 수술을 한 뒤 3주 동안 뒤통수가 하늘로 가 있는 자세로 지냈다. 망막박리는 망막이 얇게 떨어진 것이므로, 수술 뒤 망막이 원래 자리에 잘 붙게 하기 위해서 최소한 3주 정도를 엎드려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머리를 숙이고 있어야만 한다. 수술보다 이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나는 허리도 무척 안 좋아서(척추골절로 쇠가 들어가 있고, 25년 된 허리디스크도 있다) 엎드려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자주 앉아 있었는데, 그때 계속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이 자세가 목과 어깨에 엄청난 부담을 주어서 결국 어깨 통증이 엄청 심해졌다. 더군다나 작년 1월부터 왼쪽 어깨가 계속 조금 아픈 상태였다. 머리를 계속 숙이고 있는 자세 때문에 왼쪽 어깨 통증이 심해져서, 안과 의사가 이제 엎드려 있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마자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엑스레이 촬영 후 정형외과 의사는 최근에 앓았던 병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뇌출혈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오십견이라고 진단하면서, 뇌출혈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완치까지 오래 걸리니 매일 오지 말고 이삼일에 한 번 꼴로 꼬박꼬박 와서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의사가 뇌출혈이 어깨 통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얘기했을 때는 뭐 그러려니 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어깨의 근원적 문제는 뇌출혈과 오십견과 그리고 이십여 년 전에 있었던 사고로 인한 왼팔 부상이 겹쳐서 생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니까 뇌의 우반구 뇌출혈이 몸의 좌측 운동 기능에도 조금이지만 영향을 미친 것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운동 및 감각장애를 통상 편마비라고 부른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왼팔을 앞으로 들어서 회전할 때 약 6,70도 정도만 올라가고 전혀 올라가지 않는다. 왼 어깨에 기능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샤워할 때 왼손을 오른 겨드랑이로 뻗어서 닦으려고 하면 손이 겨드랑이까지 뻗지도 않을뿐더러, 간신히 닿은 손가락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왼 어깨에 통증이 밀려오기도 했다. 이런 점은 뇌출혈 발병 전에는 한 번도 없었다. 그 전까지는 샤워할 때 자연스럽게 왼 팔로 오른쪽 겨드랑이를 닦았다. 이런 점에 비춰보았을 때 나는 뇌출혈이 운동기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오십견에 걸리면 어깨를 움직일 때 잘못 움직이면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예를 들면 자켓이나 셔츠를 입을 때 오른팔을 먼저 끼우면 절대로 셔츠를 입지 못했다. 오른팔을 먼저 끼우고 난 뒤 왼팔을 끼우려고 움츠리면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병원가면 얼마나 아팠는지를 알기 위해 1부터 10까지 중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는데, 7 정도는 된다. 10의 고통은 사람이 끓는 기름이 빠지는 것이다. 그 중 7이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것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와 가벼운 도수치료를 받았다. 며칠 받았더니 통증이 훨씬 줄어들었지만, 그렇게 한달 정도 치료를 받았는데, 통증 완화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나도 나아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옷 입을 때 통증은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집중해서 왼팔을 먼저 끼워야 했다. 그리고 잘못 움직였다가는 엄청난 통증이 찾아왔다. 예를 들어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일어섰는데, 버스가 급정거를 하려고 해서 버스 손잡이를 왼팔로 잡았는데,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엄청난 통증이 찾아왔었다.

그때쯤 <스스로 치유하는 뇌>에서 펠덴 크라이스 테라피를 알게 되었다. 이 테라피의 핵심 원리에 대해서는 이 글(https://cafe.naver.com/neurotherapy/23)을 읽어 보기 바란다.

검색을 해 봤더니 펠덴 크라이스 테라피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https://cafe.naver.com/feldenkrais)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어깨통증치료를 위해서는 서울까지 가야 했고, 1회 비용도 부담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펠덴 크라이스의 테라피 중 핵심인 천천히 움직이기를 해 보았다. 서서 다리를 벌리고 팔을 양 옆으로 천천히 들어올렸다. 어깨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양쪽 어깨에서 두두둑, 둑둑 뼈와 근육들이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리고 팔이 머리까지 들릴 때쯤 되니까, 왼어깨에서 고통이 밀려왔다. 내릴 때도 팔을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팔을 앞으로 쭉 뻗은 채 천천히 들어올렸다. 왼 팔이 하늘로 뻗을 때쯤 되니까 어깨에서 통증이 발생하였다. 그렇게 서너번 반복하고 났더니 어깨의 통증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너무 신기했다. 자켓을 입을 때 오른팔을 먼저 끼워도 약간의 어색함과 불편함만 있었지 통증없이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천천히 어깨 움직이기를 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며칠이 지나도록 더는 진척이 없었다. 그때 원래 펠덴 크라이스 테라피는 누워서 하는 테라피였던 것이 기억났다. 베개를 베지 않고 팔을 자연스럽게 벌리고 무릎은 세우고 어깨를 바닥에 밀착시켰다. 오 마이 갓. 통증이 왼 어깨에서 밀려왔다. 몇 분 정도 참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일어났다. 어깨를 바닥에 밀착시켜서 어깨를 이완시키자 통증이 밀려온 것이었다. 바닥에 대고 가만히 있기만해도 아파서 어깨운동을 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며칠 눕기만 했는데, 어깨 통증이 사라졌다. 통증이 사라지자 천천히 팔을 움직여 어깨회전운동을 시작했다. 통증은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펠덴 크라이스가 한 대로 팔을 편안히 벌리고, 몸을 완전히 이완시킨 뒤, 왼 손 중지를 아주 천천히 움직여 보았다. 왼손 중지를 천천히 구부렸다 폈다가를 몇 차례 반복했을까, 왼손 중지를 구부리고 있는데, 오른손 중지가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오른손 중지에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 오른손 중지가 움찔움찔 움직이려고 했다.

그때 느낀 건 왼팔과 오른팔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달 정도 지나서 이 때의 경험을 다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왼팔과 오른팔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왼팔과 오른팔은 하나다. 두 개로 나눠져 보이지만, 왼팔과 오른팔은 하나의 팔이 양 옆으로 뻗어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왼팔과 오른팔이 하나라면 왼어깨와 오른 어깨도 하나이고, 왼다리와 오른 다리도 하니이다. 나아가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도 하나라는 것이다. 좌뇌의 측두엽과 우뇌의 측두엽도 하나이고, 좌뇌 후두엽과 우뇌 후두엽도 하나라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이 생각을 계속 미루어 나가서 결국 내 몸은 하나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에서 질 박사가 왜 세포들아 나를 치료해줘라고 생각했는지 깨달았다. 내 몸의 세포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하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서로를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왼손 중지를 움직였을 때 오른손 중지가 움직인 것은 몸의 모듈성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 공부하면서 알았다. 다음은 박문호의 <뇌과학 공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모듈성은 척추 마디에 따라 연속된 형태로 몸의 형태가 구성된 것을 말한다. 몸의 체절은 경추, 흉추, 요추, 천추의 31개 척추뼈로 구분되어 동전을 포갠 것처럼 구성된다. 각각의 모듈에서는 피부와 신경, 근육 조직이 하나의 단위를 이루어 구분된다. - 뇌과학 공부, 17

 

모듈성을 아는 것은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 치료에 몹시 중요하다. 왜냐하면, 마비된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때 마비되지 않은 팔, 다리를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같이 움직여야 마비된 팔 다리가 움직일 수 있다.

다음 동영상을 보라. 내가 양 어깨를 같이 움직이면 훨씬 수월하게 왼쪽 어깨를 움직일 수 있다. 팔이 머리에 가까이 가면 통증이 밀려오기는 하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이다. 왼팔이 구부러지는 건 오래전에 사고로 다쳐서이다. 근데 그 여파로 저렇게 왼팔과 왼 어깨 운동이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운동을 할 때는 누워서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 어느 정도 느리게 해야 하냐면 나무늘보를 생각하면 된다. 왜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지는 펠덴 크라이스 핵심 원리를 보라. 나무늘보처럼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뇌출혈 분투기 12편에서인가 얘기했지만, 뇌졸중이 발생한 뇌는 갓난아기의 뇌와 같다. 갓난아기는 절대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신경회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갓난아기는 느리게 움직여 신경회로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느리게 움직여 몸을 치료하는 방법은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 뿐에만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왼쪽 무릎을 2017년에 다쳐서 겨울이면 계단을 걷기 힘들 정도였다. 겨울이 아니더라도 등산할 때는 늘 무릎보호대를 차고 서도 계단을 내려올 때는 옆으로 내려와야 할 정도였다. 무릎 관절염을 누워서 느리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고쳤다. 지금은 무릎 보호대도 차지 않고서도 도봉산, 관악산의 계단을 내려올 수 있고, 통증도 전혀 없다.

 

몸의 구성 원리 중 또 다른 하나는 대칭성이다. 우리의 몸은 하늘에서 보았을 때 뇌가 중앙 고랑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누어져 있고, 몸도 그렇게 나누어져 있다. 얼굴은 하나이지만, 둘이다. 몸의 구성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작동에서도 대칭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무릎의 슬개골을 툭 치면 자동반사에 의해 다리가 앞으로 움직인다. 이 때 신경세포는 무릎이 앞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확장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무릎 뒤의 근육이 무릎을 수축시키지 않도록 수축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우리가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 신경세포는 수축과 확장 명령을 동시에 내리는 것이다. 수축과 확장 또한 대칭의 구조이다.

따라서 잘 뻗으려면 잘 움츠리도록 해야 한다. 잘 움츠리려면 잘 뻗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아까 위에서 내 왼손을 오른 겨드랑이로 뻗으면 잘 안 뻗어지고 통증이 밀려온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 통증을 고치기 위해서 두 가지 동작을 취했다. 하나는 당연히 왼팔을 천천히 오른 겨드랑이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효과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서 왼어깨를 뒤로 활짝 제끼는 동작을 취했다. 왜냐하면 왼팔이 오른 겨드랑이로 뻗으려면 왼 어깨의 근육이 수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수축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오히려 왼어깨를 뒤로 제껴서 왼어깨 근육이 확장되도록 한 것이다. 이 동작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뇌졸중을 치료할 때는 보상이 중요하다. 운동과 감각 신경회로는 개의 뇌와 같다고 보면 된다. EBS에서 방영하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자주 보는데, 개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늘 잘한 행동을 하고 나면 간식을 준다. 간식은 보상이다. 보상을 줌으로써 뇌의 반응이 강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 번만 더 반복하면 개의 습관은 어느 정도 고쳐진다. 사람의 뇌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습관을 반복할 때마다 잘했다고 칭찬해주라. 사람의 뇌는 인정욕망에 언제나 목말라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자꾸 칭찬해주어야 한다.

 

모듈성, 대칭성,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그리고 칭찬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다. 스트레칭 할때도 왼팔과 오른팔, 왼다리와 오른다리를 같이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운동은 뇌의 신경세포가 하는 것이지, 몸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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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이 문장은 오랫동안 가진 것도 거의 없는 이들이 갖은 장애를 온전히 정신력으로 버텨내고 마침내 역경을 극복한 사례들을 통해 사실로 증명이 된 경구이다. 하지만 정신력만으로 역경을 극복해내지 못한 이들에게는 허구에 불과한 문장에 불과하다. 무엇이 진실일까? 과연 정신은 육체를 지배할 수 있을까? 정신력으로 역경을 극복한 경험을 해 보지 못한 나에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오래된 경구는 그저 철지난 유행가 가사와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뇌출혈 이후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것을 몸으로 겪으면서 지금은 사실로 믿고 있다.

하버드대 신경과학자로 일하던 중 뇌출혈을 겪었던 질 볼트 테일러는 이 때의 경험을 쓴 책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에서 실제로 뛰어다닐 때의 자신의 모습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서 계속 상상하는데, 이 방법이 다시 걷게 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래서 나도 질 볼트 테일러처럼 해보려고 노력했다. 먼저 나는 내 눈이 잘 보였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를 썼다. 처음에는 가장 최근 기억인 작년에 차를 운전하면서 시속 180km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때를 떠올리려고 했다. 그 때 앞차들을 추월하던 장면, 차선 변경하던 장면 등등 아직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들을 떠올리려고 했다.

그리고 두어달 뒤에는 기억의 소재를 바꾸어서 열 살 무렵 산에 올라 바라보았던 바다를 회상하고자 했다. 내 고향은 강원도 양양 설악산 밑 동네인데, 동네에 있는 높은 산에 오르면 저 멀리 있는 동해바다가 푸르스름하게 보이곤 했다. 눈을 감고 이 기억을 회상하면 실제로 눈이 먼 곳을 보는 것처럼 눈동자가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회상하는 방법 외에도 생각을 하려고 집중하기도 했다.뇌출혈(뇌졸중) 발병 후 두어달이 지나면서 시야장애 중 가장 나를 괴롭혔던 건 겹보임(복시) 현상이었다. 그래서 이 현상을 없애기 위해 겹쳐 보이지 않고 잘 보인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실제로 그렇게 보이는 것처럼 상상했다. 상상만으로도 겹보임이 사라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느낌일 뿐 실제로 겹보임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정신 치유법은 효과가 없는 것일까? 내 마음 속에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차 정신 치유법을 소홀히 하던 때 노먼 도이치가 쓴 <기억을 부르는 뇌>를 읽으면서 정신이 실제로 어떻게 몸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버드 의대 뇌자극 실험실 센터장인 알바로 파스쿠알-레오네는 실험을 통해 우리가 단지 상상을 이용해서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레오네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는 두 집단의 사람들에게 일련의 멜로디를 가르쳤다. 방법은 어떤 손가락이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면서, 연주되는 음들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첫 번째 정신훈련집단의 사람들은 전자피아노 건반 앞에 앉아서 하루에 두시간씩 5일 동안 자신이 그 멜로디를 연주한다고 상상하면서, 연주되는 멜로디를 들었다. 두 번째 신체훈련집단의 사람들은 하루 두시간씩 5일 동안 실제로 음악을 연주했다. 두 집단 모두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실험하는 도중에 날마다, 그리고 실험이 끝난 다음에 뇌 지도를 작성했다. 그런 다음 실험자는 두 집단 모두에게 연주를 시키고 컴퓨터로 연주의 정확도를 측정했다.

레오네는 두 집단 모두가 그 멜로디 연주를 학습했고, 두 집단 모두에게서 뇌 지도의 변화가 유사하게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정신 훈련만으로 실제 곡을 연주할 때와 똑같이 운동계 안에 물리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5일이 지났을 때 근육으로 보내는 운동신호에서의 변화는 양 집단에서 똑같았고, 상상 연주의 정확도는 실제 연주가 3일째에 보여주었던 정확도와 같았다. 정신훈련집단에서 5일 만에 이룩한 발전의 수준은 상당한 것이기는 해도, 신체 훈련 집단에서 보여준 것보다는 떨어졌다. 그러나 정신 훈련 집단이 정신 훈련 직후 딱 한 번 두 시간 동안 신체훈련을 받자, 전체적인 연주 수준이 신체 훈련 집단에서 5일째 보였던 수준만큼 향상되었다. 정신훈련이 최소한의 신체훈련으로 신체적 기능을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 <기적을 부르는 뇌> 8.

 

레오네가 밝혀낸 사실은 후에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생각이 육체를 움직인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펠덴 크라이스 테라피를 행할 때였다. 펠덴 크라이스 테라피는 바닥에 편하게 누워(베개없이) 몸을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몸을 치유하는 테라피인데, 누워서 목을 천천히 들어올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는 목을 실제로 들어올리지 않고, ‘목을 들어올라자라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 목을 실제로 들어올리는 것처럼 목과 어깨 근육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 움직임은 대부분 왼쪽 근육에서만 통증으로 느껴졌는데, 그 까닭은 당시 내가 왼쪽 어깨 오십견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내가 생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겪은 체험이었다.

두 번째는 이명을 고치기 위해 눈돌리기를 할 때였다. 종일 눈돌리기를 하면 기진맥진해서 밤이 되면 눈을 돌릴 힘이 하나도 없게 된다. 그래서 혹시 내가 눈돌리기를 상상하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눈돌리기를 하는 내 눈을 핸드폰으로 촬영한 뒤, 그 모습을 내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나의 뇌에 기억된 눈돌리기 하는 장면을 천천히 상상했다. 그러자, 실제로 눈이 돌아가려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물론 실제로 눈을 돌려 눈돌리기를 할 때처럼 쌩쌩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아주 조금 눈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런 특별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정신이 육체를 움직인다는 것을 체감한다. 배가 고플 때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면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야한 생각을 하면 신체의 일부가 변화하는 것도 정신이 육체를 움직이는 증거이다.

노먼 도이치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어떤 행동을 상상하는 것과 그 행동을 하는 것은 뇌의 작용에서는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눈을 감고 라는 글자를 시각화하면, 실제로 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후두엽 시각피질에 시냅스 연결이 이루어진다. 뇌스캔을 해보면 행동할 때와 상상할 때 뇌의 같은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또한 우리는 몸이 할 수 없는 걸 뇌로 상상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상상해보라. 젓가락질이 되는가? 그러면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젓가락질 하는 것을 상상해보라. 왼손으로 할 때와 차이가 느껴지는가?

당신은 왼손으로 젓가락질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왜냐하면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상상되었다면 그것은 상상이 아니라 공상이다. 무슨 차이인지 알고 싶다면, 실제로 젓가락을 가져다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해보자. 그런 다음 젓가락을 놓고 조금 전에 한 젓가락질을 상상해보자. 이제 차이가 느껴지는가?

생각이 육체를 움직인다는 것을 체험한 나는 시각장애와 이명을 고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그 결과를 내 몸으로 실천해 보았다. 그리고 정신의 작용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또 정신과 육체를 같이 사용하였다. 정신의 작용 두 가지 중 하나는 회상이고, 하나는 명령이다.

회상은 과거의 경험을 기억 회로에서 끄집어내서 떠올리는 것이다. 회상을 하게 되면 엔그램에 저장된 당시의 시청촉후미각적 이미지가 그대로 되살아나 신경회로 배선이 이루어진다. 질 볼트 테일러가 뇌출혈 마비로 걷지 못할 때 과거에 자신이 뛰던 장면을 회상한 순간, 뛰던 당시처럼 운동뉴런의 회로 배선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배선이 계속 연결되도록 하면, 조만간 실제로 걷을 수 있게 된다. 질 볼트 테일러의 책을 보면 잘 나와 있지만, 그녀는 뇌출혈 후 병원에 입원했다가 얼마 안 돼 퇴원했다. 그리고 집에서 스스로 회복해 나갔다.

또 다른 방법인 명령은 명령어를 생각하는 방법이다. 걸어라는 명령어를 생각하면, 몸은 걸을 때처럼 움직이려 한다. 이 방법은 여러 가지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배가 고플 때는 세포에게 명령하면 된다. ‘뱃살에 지방이 많으니까 지방의 에너지를 먹어.’ 나는 통증을 없앨 때 효과를 보았다. 통증은 몸이 통증 부위에 이상이 있으니까 사용을 중지하라는 신호를 뇌에 보내는 것이다. 문제는 신호를 한 번만 보내면 되는데 계속 보낸다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접수했어, 아픈 거 아니까 그만 보내라고 명령한다. 그러면 웬만한 통증은 사라진다.

나는 명령법을 이명 치료와 오른눈 치료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명은 51일과 3일 두 차례 종일 눈돌리기를 한 이후에는 매일 한 시간 정도만 하고 중단했다. 그 이유는 511일부터 왼눈 시각 장애가 두어달 전으로 퇴행했기 때문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눈운동도 작용한 것 같아 눈돌리기를 중단했다. 그래서 이명 치료는 하루에 서너번 정도 명령을 내리는 것밖에 하지 않았다.

명령은 구체적으로 이루어질수록 효과가 더욱 크다. 예를 들면 상상으로 통증을 치료한 모스코비츠는 신경 회로 연결을 끊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명 치료를 위해 좌측 측두엽 1차 청각피질 뉴런 칼륨 이온 통로 닫아라고 명령한다. 왜냐하면 시냅스 연결이 이루어질 때는 나트륨 이온 통로가 열리고 시냅스 연결이 끊어질 때는 칼륨이온통로가 열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효과가 있냐고? 5일 전부터 가장 최대로 낮아지더니 그 크기가 안정적으로 지속되었다. 5월 초에 이비인후과 가서 청력 검사를 했더니 4,000데시벨에서 난청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즉 이명이 있어서 4,000데시벨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 때 이명 크기에 비하면 삼백 데시벨 정도 되려나, 잘 모르겠다. 이명이 완치되면 다시 병원에 가서 청력검사를 해서 이명이 완치되었음을 증명할 계획이다. 하여튼 그래서 뇌졸중 치료에는 뇌에 관한 공부가 중요하다. 내 경험으로는 뇌에 관한 지식이 쌓일수록 이명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었다.

마지막 정신 치료법은 명령 또는 회상을 육체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 왼어깨는 이십여년 전 사고로 완전히 작동되지 않는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샤워할 때 타올을 왼손에 들고 오른팔 겨드랑이를 닦으려고 하면 닿지 않는다. 이것을 고치기 위해 어깨 운동을 하면서 나는 왼손에 명령을 내린다. ‘오른팔 겨드랑이를 닦아라고 말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나는 할 수 있어가 아니라 이다. 치유는 “CAN”이 아니라 “Do It”속에서 이루어진다. 내 몸 치유는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생각명령이 집중이 안 되되면 입으로 명령을 읊는다.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좌측 측두엽 청각피질 뉴론 칼륨이온통로 닫어를 계속 읊는다. 그러면 훨씬 집중이 잘 되는데 읊다보면 기도 비슷하게 되기도 한다. 아마도 기도빨로 병 고쳤다는 얘기가 이래서 나온 건가 싶다. 즉 기도는 생각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생각은 시냅스 변화를 일으켜 몸을 치유하는 것이다.

회상과 육체를 같이 사용하는 방법을 나는 상상 속의 나 호출이라고 이름지었다. 나는 매일 팔굽혀펴기를 하는데, 하면서 머리 속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나를 상상한다. 등산할 때 오르막이 길거나, 계단이 많아서 힘이 들 때는 계단을 오르는 나를 상상하면서 올라간다. 힘이 덜 들고, 더 많은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신, 즉 생각이나 명상으로 몸의 병과 뇌졸중으로 인한 각종 장애를 고칠 수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모스코비츠의 사례에서도 본인과 한두명을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은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매사에 즉각 결과를 보기를 원한다. 비침습적 치료보다 약물이나 수술을 더 선호하는 까닭이다. 정신보다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자가 치료 방법 중 하나가 펠덴 크라이스 테라피이다. 펠덴 크라이스 테라피는 다음 편에~.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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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어제부로 뇌출혈 발병 후 정확히 5개월이 지났다. 3개월쯤 되었을 때에 약 한달 정도면 완치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5개월이 막 지난 지금도 운전을 하지 못한다. 운전을 해보았지만 아직 약간의 시야축소로 인해 거리가늠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오른눈까지 망막 찌그러짐에 백내장이 있어서 여전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오른눈 치료가 더 시급하다. 뇌출혈로 인한 시각 장애는 시냅스 연결이 이루어지면 언제라도 회복될 테지만, 오른눈 망막 찌그러짐은 의사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요즘 내 왼눈(오른뇌) 시야 상태는 마치 특수 렌즈를 낀 것과 같다. 내 주위 반경 3~4미터 이내를 벗어난 풍경은 정말 잘 보인다. 그곳의 풍경은 겹쳐보이지도, 흐리게 보이지도, 축소되어 보이지도 않는다. 뇌출혈 발병 전보다 더 잘 보인다. 그러나 내 주위 반경 3~4미터 이내의 풍경은 특수렌즈를 낀 것처럼 보인다. 이 특수 렌즈는 어둠에 약하고, 약간의 시야 축소와 약간의 겹보임 현상을 동반하고 있다. 이 특수렌즈는 내가 보는 것이 내가 실제로 보는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마치 내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내가 속해 있는 풍경이 아닌 것처럼. 그리고 햇빛이 쏟아지면 햇볓이 전달하는 데이터를 미처 처리하지 못해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

5개월쯤 되니 도대체 언제쯤 운전할 정도로 회복이 될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뇌출혈 분투기>를 네이버 뇌질환 카페에도 올리는데, 어떤 이는 나와 비슷한 시야장애로 6개월째인데 거의 다 나았고 약간의 불편함만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이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뇌경색으로 인한 시야 장애가 다 완치되었단다. 그런데 무려 2년이 걸렸다고. 카페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든 생각은 나 같은 가벼운 뇌출혈로 인한 시야 장애도 적어도 1년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카페에서 알게 된 것인데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 장애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시야장애는 다 나처럼 오는 줄 알았는데, 반맹으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반맹은 눈의 절반이 안 보이는 현상이다. 심지어 왼눈의 절반, 오른눈의 절반 이렇게 안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시야장애가 오는 경우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뇌가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관장한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똑같은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인데 나같은 경우의 환자들에게는 의사들이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고 얘기하면서도, 반맹 환자에게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고 한다. 다만 치료방법이 없다고 얘기하는 점은 동일하다. 뇌의 신경가소성을 생각하면 회복 불가능하다는 말은 믿기가 어렵다. 의사들은 현대 의술로 못 고치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부류들이다. 하지만 인간의 몸의 항상성은 그런 의사들의 단언을 언제나 깨버린다. 뇌의 기능 중 일부만 살아 있어도 모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신경가소성주의자들이 말하지 않는가.

회복 기한과 관련해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발병 후 8개월까지 회복이 이루어지고 그 후에는 거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말들이다. 아마 일부 의사들이 그렇게 얘기한 것일 텐데, 신경가소성주의자들은 뇌의 가소성을 죽을 때까지 이루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해마에서 줄기세포가 죽을 때까지 생성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그리고 <나는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를 쓴 하버드대 신경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8년이 지났을 때도 뇌가 기능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니 8개월 운운하는 건 근거가 없다. 실제로 2년 만에 뇌경색을 완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럼 언제까지 뇌졸중 회복이 이루어질까? 이점을 생각하다 문득, 갓난아기의 신경회로 연결이 13세쯤에 완성된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사람이 태어나면 뇌의 신경회로가 거의 연결이 이루어져 있지 않는데, 이 연결이 13세쯤에는 끝나서, 그 때부터는 신경가소성이 아주 약해진다고 한다.

뇌졸중 환자의 뇌를 갓난아기의 뇌와 같다고 본다면, 연결이 완성될 때까지는 최대 13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비교는 어리석은 짓이지만, 참고할 수는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질 볼트 테일러의 말대로 회복이란 무엇인가?”이다. 그저 잃어버렸던 기능을 다시 사용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뇌졸중이 나의 삶에 가져다 준 새로운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삶과 인간, 그리고 뇌에 대한 새로운 앎과 깨달음은 나에게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시각 장애에 관한 내 경험과 그리고 뇌에서 이루어지는 시각 정보 처리 메카니즘을 알게 되면서 나는 인간은 결코 실재를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내 인생에 커다란 방향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왜 인간이 실재를 알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쓰겠다.

Posted by Chu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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